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공공주택
2022.10.17
포르투갈 건축사무소 Aires Mateus에서 설계한 노인을 위한 주택 House for Elderly People, Alcaçer do Sal
ⒸFernando Guerra(FG+SG)
빠른 고령화로 노인 주거복지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재작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25년엔 노인인구가 20.3%에 이르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노인독거 또는 부부만으로 구성된 노인 단독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노인의 요구와 필요에 적합한 주거환경과 복지서비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LH는 임대주택을 활용해 고령자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복지주택’ 사업을 진행하는 등 고령자 맞춤형 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4월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 2.0’에 따르면 2025년까지 고령자 대상 공공임대주택 8만 채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1만 채는 ‘고령자복지주택’으로 짓기로 발표했다. 고령자복지주택은 주택과 사회복지시설이 복합 설치된 공공임대주택으로, 65세 이상이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말한다. 고령자를 위해 손잡이, 높이조절 세면대 등의 무장애 특화시설을 갖추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자 1,000~2,000㎡ 규모로 사회복지시설을 설치하여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2019년 첫 도입 후 전국 37개 지구 약 3,600가구가 운영되고 있으며, 2027년까지 매년 1천 호 이상의 주택 공급을 목표로 한다. 지금부터 고령자복지주택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국내 사례 몇 곳을 살펴보도록 하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배려한 ‘장성 누리타운’
전라남도 장성군에 자리한 장성 누리타운은 지난 2019년 1월에 완공된,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고령의 주민에게 영구임대형식으로 제공한 광주·전남지역 최초 복지주택이다. 10층 높이 150세대 규모로, 공급면적에 따라 단독세대(A형, 25㎡), 부부세대(B, C형 35㎡)로 나뉘며 임대료는 월 3~5만 원, 5~7만 원선으로 법정 최저수준으로 책정되었다. 생활 속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건물 전체 문턱을 없앤 것은 물론, 복도 등 이동로 벽면에도 엘리베이터 앞까지 안전손잡이가 이어져 있다. 누리타운의 이러한 안전 설계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Barrier Free) 본인증‘에서 우수등급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고령인 입주자의 건강을 고려해 친환경 자재로 마감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 관리비를 절감하는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배랴한 점도 눈에 띈다. 그 밖에 건물 내 사회복지관을 운영해 세대별 심층 상담을 비롯해 각종 복지서비스를 맞춤으로 제공하며, 인근에 위치한 보건소와 연계하여 건강 체크 서비스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또한, 취미 여가교실과 건강증진실, 찜질방, 경로식당 등도 입주민의 선호도가 높다.
시흥 은계지구 고령자복지주택은 LH단지인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혼합단지에 영구임대주택 190호(702동)으로 공급된 곳이다. 임대기간은 2년 단위로 최대 50년까지 가능하며, 임대료는 23㎡의 경우 월 10만 원선이다. 이곳 역시 주택 및 단지에는 노인을 위한 베리어프리 설계가 적용되었다. 세대 내 현관에 단차를 없애고, 욕실에는 안전손잡이와 샤워 의자, 미닫이문이 설치함으로써 욕실 내 사고를 예방한다. 또한, 욕실 문 옆에 있는 거실 벽 아래에는 비상안전 유도등을 두고 세대 내 주요 공간에도 비상버튼을 마련하여 사고 발생 시 빠른 대처가 가능하게 하였다. 이외에도 동작감지기, 실내공기환경조절기기, 조도조절조명등으로 안전과 편의를 높인다. 거주자에게만 제공되는 특화서비스로는 안부확인, 긴급서비스, 정보제공의 ’생활지원서비스‘와 신체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노인에게 주 3회 밑반찬을 지원하는 ’가사지원서비스‘, 간호사 상주, 건강 상담 및 확인, 정서지원키트 등의 ’건강지원서비스‘, 취미 여가, 층별 모임 등의 ’사회활동지원서비스‘가 있다. 국토부와 지자체(시흥시)가 주도하여 공급한 사례로, 공공의 노인주택으로서 그들의 독립된 생활을 지원한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리모델링을 통한 돌봄 서비스 ’광주 광산구 케어안심주택‘
주거와 복지를 결합하여 노인을 위한 서비스 제공형 주택으로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은 서울시의 ‘지원주택’, ‘공동체주택’, 국토부의 ‘고령자복지주택’, 보건복지부의 ‘케어안심주택’ 등이 있다. 그중 케어안심주택의 대표 사례인 ‘광주 광산구 케어안심주택’은 광산구의 임대아파트(하남주공 1단지) 주민 복지정책인 ‘영구임대 늘행복 프로젝트’ 주거 분야 사업으로, 고령·장애·장기입원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후화된 영구임대아파트 주민의 주거공간을 개조(리모델링)해주는 것이다. 문턱 제거와 화장실 공간 확대, 세면대 높낮이 조절 등 무장애 설계가 적용되었고, 저층부에는 건강 관리 및 여가활동 등의 커뮤니티시설이 공존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였다. 또한, 주치의 연계를 통해 만성질환자를 위한 왕진서비스, 신중년 일자리 사업과 방문 건강 관리서비스 등도 지원하고 있다. 자치구가 주도적으로 19개 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하여 의료·복지·주거 통합지원서비스를 제공한 공공과 민간 협업의 커뮤니티 케어 모델을 제시한 사례로, 사업 주체의 자발적인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리모델링된 내부 모습. Ⓒ광산구
한편, 2022년 고령자복지주택 1차 사업대상지로는 경북 경주(120호), 경북 의성(60호), 전북 장수(80호)가 선정되었다. 3곳 모두 시니어카페, 옥상텃밭 등 고령자 특화시설을 계획했고, 특히 고령화율 전국 1위인 의성군은 인접 공립요양병원, 고령친화복지교육센터 등과 연계 운영할 예정이다. 기존 사업지 중 올해 입주자를 모집하는 곳은 총 6곳으로 충북 영동 부용(168호), 충남 청양 교월(127호), 전북 고창 율계(128호), 전북 군산 오룡(150호), 경남 진주 평거(104호), 경남 남해 창선(32호)이다. 고령자복지주택의 입주 자격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으로, 세대 구성원 전원이 무주택자인 세대주 또는 세대원으로 소득, 자산 등 입주 자격을 충족해야 한다. 전국 60곳의 LH 마이홈센터, 인터넷 마이홈포털(www.myhome.go.kr) 및 마이홈 콜센터(1600-1004)를 통해 신청 자격 및 입주 가능 단지를 알아볼 수 있으니 틈틈이 확인하여 놓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