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사람들은 어디에 살고 있나요?
2022.07.27가족이 싱가포르 주재원으로 떠나게 된 것을 계기로 그곳에 잠깐 머무르며, 이 작은 국가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일상의 삶들이 궁금해졌다. 여행자로 싱가포르를 바라볼 때는 와는 조금 다른, 생활자로서의 시선이 조금씩 익숙해지며 그 안의 집과 삶 그리고 도시의 환경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총인구는 약 585만 명이며, 인구밀도는 8,358명/㎢이다. 모로코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으며 서울과 비교하면 조금 더 넓고, 인구는 56% 정도이다. 작은 크기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며 1인당 국민 소득이 5만 3천 달러, 우리나라의 1,5배에 달한다.
싱가포르의 집들을 살펴보다 작은 콘도의 렌트비가 서울의 월세보다 높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니, 싱가포르인들의 주택 자가소유율은 90%에 달하고 이 가운데 80%는 공공주택에 거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국인이거나 내국인과 결혼으로 가족을 구성하거나 영주권을 받은 사람이면, 싱가포르 대표 공공주택 정책 - 99년 장기 할부로 분양해주는 주거복지 시스템을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싱가포르인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적인 공공 아파트 명칭은 HDB(Housing Development Board)로, 같은 이름의 ‘싱가포르 주택개발국’(HDB)에서 건설하여 ‘환매조건부 분양제도’로 공공분양이 진행된다. 이 제도는 싱가포르 내에서 집값 거품과 투기를 효과적으로 막아 세계 최고의 자가보유율을 자랑하는 성공적인 공공주택 공급제도라 평가받고 있다. HDB의 분양 가격은 민간주택 대비 1/3 정도 저렴하고 분양원가 또한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더 자세히 HDB의 장점을 살펴보면, 저렴한 집값뿐 아니라 주거 환경 또한 많은 시민이 내 집으로 선호하고 선택할만한 다양한 요건들을 가지고 있다. MRT와 버스를 중심으로 교통 편의성이 좋은 위치에 집을 짓고,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도 만족할 만한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집을 건설한다. 또한, 단지 내 다양한 편의 시설을 만들어 살기 편한 주거 환경을 제공한다. HDB는 대규모 단지로 구성되고 화려한 수식어 없이 Block 뒤에 아파트 건물 번호를 붙여 구분하는데, 단지는 주거 외에도 커뮤니티센터로의 역할을 하며 놀이터, 운동장, 상가, 시장, 푸드코트, 노인정, 유치원 등의 시설들로 채워져 있다.
HDB가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다른 특이점 중 하나는, 방과 거실 공간 구성에 비해 주방의 크기가 매우 작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연중 더운 날씨와 외식문화의 발달로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주방은 여타 공간 대비 덜 중요하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는 주방시설에 대한 아쉬움을 단지 내에 있는 ‘호커센터’ 또는 ‘코피티암’과 같은 푸드코트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고. ‘호커센터’는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단순히 식문화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하나의 도시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호커센터’는 저렴하고 다양한 메뉴들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사람들을 맞이한다. 지역 주민들은 ‘호커센터’ 중심의 외식이 일상화되고, 이곳은 가족이 모이고, 이웃과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호커센터’의 소유와 관리가 대부분 ‘주택개발국’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여러 상점을 모아놓은 차원을 넘어 도시 행정과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실상 싱가포르는 대부분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어 공공의 계획하에 집들이 조성되고 통제된 ‘주거복지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배경이지만 싱가포르 HDB의 사례를 살펴볼수록 더 좋은 공공 주거 환경을 위한 노력과 국민이 편견 없이 공공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적 다양성, 개개인은 집값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등의 주거 정책에 대한 장점들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공공주택 시스템이 우리에게도 있다면 집에 대한 부담과 고민에서 벗어나, 각자 좀 더 다양한 사회적 에너지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좀 더 여유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연송이 | I.C.R.L.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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