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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공공주택 우리가 몰랐던 공공주택 이야기

재난의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한 건축은 뭐가 있을까요?

2022.08.30
재난에 대응한 공공건축 사례

기록적인 폭우가 전국을 덮쳤다. 열흘간의 집중호우로 2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 7천여건 이상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으며, 집을 잃고 임시주거시설에 입소 중인 이재민 수는 서울에서만 3천여 명에 이른다. 213시간 동안 600채가 넘는 건물과 축구장 3만 개 면적의 임야를태운 울진 산불이 발생한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생긴 또 다른 재해다.
해외 상황도 심각하다. 2019년 호주에서는 무려 6개월이나 이어진 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일본에서는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미국에서는 토네이도로 인해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보았다. 올해만 해도 파키스탄에서는 300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규모 홍수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렇듯 잦아지는 재해와 재난 상황 가운데 건축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재난건축은 생존을위한 임시대피소의 기능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삶의 터전을 재건하기 위한 기반으로서의 재난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재난에 대응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본다.

 

1. 긴급 대응 시설

재난 발생 직후, 학교나 마을회관, 관공서 등의 대규모 공공공간이 이재민들의 임시 대피시설로 제공된다. 이때 이재민은 독립된 공간을 가지지 못해 사생활을 보호받기 힘들고 이로 인한다양한 문제를 마주한다. 이런 문제점을 가진 최소한의 수용소 환경을 개선하여 이재민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1) 종이 칸막이

 


©자원건축가네트워크(VAN), Images courtesy of Voluntary Architects‘ Network

 

 

가로세로 2.2×2.2(m)의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는 일본 건축가 시게루 반(Shigeru Ban)의 종이칸막이(paper partition system)는 천과 종이 기둥, 간단한 공구만 있으면 5분 안에 만들 수 있다. 그 때문에 특정 장소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지역에 보편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그동안우크라이나 리비우,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폴란드 브로츠와프 클 로프니 기차역, 파리 8, 10, 12구 등의 난민수용소에 설치되어 이재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생활을 보장하였다.


2) 골판지 쉘터

 


출처 : https://sbnet.or.kr/8417

 

 

동일본대지진 때 일본 공학원 대학 건축학부 스즈키 토시히코(Suzuki Toshihiko) 교수 연구실에서 고안한 골판지 쉘터는 침실과 탈의실을 포함하는 1×2×2(m) 크기의 임시건축물이다. 대공간 내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이재민의 주거 상황 개선을 위해 개발되었는데, 칸막이가 아닌 실제 방을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임시 거주 시설보다 한층 더 높은 안정감을 준다.

 

2. 가설 주택

위급한 재난 상황이 수습되고 나면 주택의 파손으로 주거가 곤란해진 이재민들에게 가설주택이 공급된다. 일반적으로 가설주택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으로 제작되지만,피해 복구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일상생활뿐 아니라 삶을 재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1)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위한 가설주택 단지

 


출처 : https://www.u-tokyo.ac.jp/en/about/publications/tansei/10/64-response-goto.html

 

 

일본 토노시에 조성된 가설주택 단지는 주택들이 하나의 복도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노인 돌봄이나 육아가 필요한 가정에 공급되며, 특히 단지 내 복도는 입주자들이 일상에서 서로 마주칠 기회를 제공하고 돌봄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복도를 공유하는단순한 배치지만, 일상을 가능케 할 뿐 아니라 이웃 간 서로 돕는 생활을 장려하여 이재민의임시 거주지에서의 삶을 좀 더 배려한다.


2) 오나가와 가설주택 단지

 


Photo ©Hiroyuki Hirai

 

 

시게루 반에 의해 지어진 오나가와 가설주택 단지는 대지진으로 발생한 이재민을 수용하기 위한 시설로, 주거 공간으로 구축된 컨테이너를 하나의 유닛으로 하여 컨테이너를 적층한 주거건물과 커뮤니티 시설로 구성된다. 단지 가운데 위치한 커뮤니티 공간은 구호 단지를 단순히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임시 거주지가 아닌 사람들 간 연대가 가능한 공간으로 만든다.

 

3. 장기적 복구

재해 복구는 단순히 주택을 다시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재해는 이재민의 집뿐만 아니라그들의 자라온 장소의 기억과 지역사회의 문화, 경제 생태계까지 파괴하기 때문이다. 재해로인한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복구란 무엇이고, 건축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교회 종이 성당

 


Photo ©Bridgit Anderson

 

 

시게루 반이 설계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 교회는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건축물로, 종이를 말아만든 기둥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지역의 상징적인 공간이었던 크라이스트 교회는 지진으로 파괴되어 많은 사람에게 슬픔을 주었으나, 이재민을 위한 쉼터 및 교회로 신속하고 아름답게 재건되어 지역민들에게 다시금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2) 게센누마 모두를 위한 집

 


Photo ⒸJonathan Leijonhufvud

 

 

게센누마의 ‘모두를 위한 집’은 건축가 도요 이토(Toyo Ito)가 동일본대지진 피해의 장기적 복구를 위해 시작한 Home For All 프로젝트의 9번째 건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들에 새로운 커뮤니티 센터를 짓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곳 역시 지역 주민들의 쉼터이자지역 상인의 장터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며, 밤이 되면 건물 자체가 빛을 발해 주민인 어부들에게 등대가 되어준다.

 

4. 미래 재해의 대비

재해는 어디선가 또다시 발생할 것이다. 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의 복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사회에 봉사하는 방법이지만, 지역의 기후와 환경, 사회, 과학적인 정보를 토대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가정하여 그에 대응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앞으로 발생할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일종의 구호 활동이다.


1) 이스탄불 부유식 긴급주거

 


©So?

 

 

이스탄불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SO?'가 제안한 이 가설주택은 땅에 짓는 것이 아닌 물에뜨는 구조로, 빌트인 가구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접어서 보관하다 필요할 때 펼쳐 즉각적으로사용할 수 있는 임시 주거 공간이다. 이스탄불이 대지진 발생 시 가설주택 단지를 건설할 부지의 70%를 매각했고, 그에 따라 이재민을 위한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에 대한 사전 예방 차원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다.


이상 기후에서 비롯된 각종 자연재해와 정치적·사회적 분쟁 및 전쟁으로 인한 인적 재난까지,재난은 운 없는 누군가 일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사건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이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거주시설이라는 재난건축에 대한 생각의 폭도 확장되어야 한다. 생존형 모듈이 아닌 회복을 위한 공동체의 집으로서 말이다. 국가 차원에서 제공하는주거 단지, 단체 생활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 재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형성되었으나 공급주체와 규모, 거주자들의 속성은 일반 공동주택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슬픔을 공유한 탓에공동체에 대한 기대와 결속력은 더 깊고, 회복을 위한 힘을 얻는다.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 시대, 생존을 위한 ‘임시건축물’ 대신 피해민들의 재도약을 지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동주택’으로 재난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 가길 기대한다.

 

 

홍익환 | 건축저널 『C3KOREA』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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