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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 새로운 일상, 다채로운 삶, 품질 좋은 공공주택 우리가 몰랐던 공공주택 이야기

뉴노멀시대 주거에 맞는 새로운 공공주택 시도가 필요합니다

2022.09.15
운영위원,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김석경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은 삶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사람들 간의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언택트(Untact, un+contact) 문화의 확산, 원격교육 및 재택근무 증가 등 우리 일상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며 주거 환경과 주거 공간 역시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공공주택에도 새로운 변환점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뉴노멀시대 공공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2022년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대전 운영위원인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김석경 교수에게 코로나19 이후 주거 공간의 인식 변화와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진화하는 앞으로의 주거 공간에 관하여 물었다.

 

 

 

 

코로나19 이후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쉼터이자 일터,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장기간 코로나19를 겪으며 주거 공간을 평가하는 소비자들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집을 잠시 쉬는 공간으로만 인지했다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이에 맞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넓은 아파트의 선호도가 증가한 것 역시 일과 여가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안방 및 자녀 방 외 별도의 홈 오피스를 갖춘 주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의 크기를 마냥 넓힐 수는 없으니,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관심이 많이 늘고 있다. 또한,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올인룸(All in Room)’과 집 주변에서 교육, 쇼핑, 운동, 여가 활동 등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올인빌(All in Vill)’, 재택근무를 지원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도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바뀌고 있는 주거 공간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꼽는다면.

전문가 인터뷰 및 해외 주요 주거 동향을 분석해보면 가변형 평면을 도입하여 구조와 용도, 시간에 따라 공간 구조를 다양하게 사용한다거나 외부로 이어지는 테라스 공간을 이용해 실외로 통하는 공간을 확보하고 현관 입구의 위생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홈 오피스가 강조되면서 집안일을 좀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스마트 주방, 실내 공기 정화 시스템 등에 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디자인기업 ‘Gensler’에서는 재택근무가 보편화됨에 따라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며 사회적 교류가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공용 공간과 어메니티(Amenity) 공간이 생겨나고 있음을 언급했다. 또한, 실내외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건강한 삶을 위해 자연을 들이는 ‘바이오필릭(Biophilic) 디자인’의 필요성도 강조하였다. 위생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동선 변화로 이어지는데, 현관에서 홀을 거쳐 거실과 주방으로 가던 동선이 현관과 주방을 직접 연결하는 동선으로 바뀌었다. 그뿐만 아니라 현관의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를 차단하여 위생 기능을 강화한 클린존 설계와 평면도 제시되고 있다.

 

 


현관 앞에 세면대와 세탁 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설치해 출입 전 손을 씻고 의류 세탁 및 보관을 할 수 있는 사례 Ⓒ현대엔지니어링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상이 이뤄지는 공간 가까이 자연을 두는 것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 부분은 앞서 잠깐 언급한 ‘바이오필릭 디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자연의 시스템 및 프로세스와 관련된 인간의 고유한 친화성에 대한 이해를 건축 환경 설계로 변화하려는 의도적인 시도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식물, 자연 풍경 등을 주택 내부로 들여와 직접 경험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적용이 가능한데, 자연을 베이스로 한 재료를 이용하거나 자연의 이미지와 형상 등을 모티프로 한 장식 요소(벽지, 마감재) 배치, 그리고 자연 색상을 주거 공간 내 주된 컬러로 활용하여 간접적으로 자연을 경험하는 것이다. 특히 색채 계획은 편안한 느낌을 주면서도 친근한 분위기의 실내를 조성할 수 있어 집 안에 많은 것을 추가하기 꺼려진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집 안의 정원 ‘바이오필릭 테라스’ 평면 개발 사례. 기존 평면 가장자리에 위치한 발코니와 달리 햇볕을 직접 받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다. Ⓒ포스코건설

 

 


거실의 포인트 월을 벽지나 대리석 마감 대신 식물을 직접적으로 활용하여 공간의 생기를 더했다. 출처 : https://missmv.com/indoor-vertical-garden-design-ideas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수요로 인해 요즘 주거 공간에는 다기능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적합한 공간 구성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홈 오피스, 홈 카페, 홈트레이닝 등이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기호에 따라 가변형 벽체를 활용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 구성을 선호하는 추세다. 특히 숨은 공간인 ‘알파룸’을 설계하여 같은 면적이더라도 내부 활용 면적을 넓혀 수납공간으로 쓸 수 있게 하고, 팬트리의 기능도 부여해 만족도를 높였다. 알파룸에서 한 단계 진화한 ‘베타룸’은 알파룸과 유사하게 주거 공간 내 위치하여 난방은 가능하나 냉방은 어려운 경우가 많은 서비스 면적이다. 이러한 공간은 재택근무를 위한 장소로 많이 활용된다. 한편, 온라인 수업으로 자녀 중심의 독립적인 공간 수요도 증가했다. 알파룸이 2~3개 제공되면 하나는 자녀를 위한 독서 공간 또는 취미 공간으로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위)알파룸과 베타룸이 혼재된 주거 공간 평면. ⒸGS건설 / (아래)자녀 알파룸 확장 공간. Ⓒ포스코건설

 

 

그동안 공공주택은 취약계층을 위한 주택 공급에는 큰 기여를 했지만, 디자인에 관한 시도는 부족했다. 다양한 공공주택의 유형 개발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리나라보다 공공주택의 개념이 먼저 도입된 유럽, 미국의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양적 공급에 치중하였으나, 점차 단위주택 디자인과 단지계획을 다양하게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주택도시부(HUD)의 ‘HOPE VI’ 프로그램은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저층의 타운홈 형태로 디자인에 변화를 주었고, 다양한 사회경제적 계층의 혼합, 주거지 내 보행성(walkability) 확보 및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공용 공간의 계획 등에 기여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기존에 시도하지 않던 단지계획기법을 도입한 공공아파트단지 사례가 없지 않다. 1980년대에 테라스 주택이 도입된 부산 망미주공아파트, 주동에 공중정원을 둔 상계주공아파트, 조부모·부모·자녀 세대가 함께 사는 3세대 동거형 아파트 등 공공주택에 새로운 디자인을 도입하려는 것은 현재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주거유형과 단지계획 기법에 대한 노력은 수도권에만 편중된 것이 아니라, 지방의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적용되어왔다. 2010년경 완공된 안동 휴먼시아 단지의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테마를 부여한 놀이터, 지역의 문화적 유산을 연상하게 하는 단지 내 수변공간 계획 등이 좋은 예이다. 이처럼 거주자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연구한 다채로운 시도가 요구된다.

 

 


(위)테라스 주택이 도입된 망미주공아파트 Ⓒ한국토지주택공사 / (아래)주동에 공중정원을 둔 상계주공아파트 Ⓒ공동주택연구회

 

 

코로나19 이후 공공주택 단지의 공용 공간이 폐쇄되거나 축소 운영되어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황인데,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있을까?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의 환경은 질적 향상을 꾸준히 보여왔다. 특히 ‘주거환경우수주택인증(G-SEED)’을 받은 단지의 경우 단지 내 거주자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용 공간의 유형도 다양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공동체 활동이나 거주자들 간의 사회적 교류 기회가 많이 줄면서 공용 공간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를 2년 이상 겪으면서 단지별로 소규모 행사나 온라인 행사 등을 조금씩 추진하고 있지만, 더 발전된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동체 활동으로 이끌 수 있는 프로그램과 모두가 접근 가능한 공간이 우선되어야 한다. 즉, 주거단지 내 야외 공용 공간을 관리하는 주체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복지관의 유기적인 연계와 협력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가 주장한 ‘제3의 장소’는 사회적 교류가 가능한 공간으로, 그동안 공동주택단지의 공용 공간은 이러한 관점에서의 평가가 미흡하였다. 그러나 단지에서 제공되는 공용 공간과 이곳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거주자들이 단지 내 공용 공간을 활용하여 사회적 교류를 증진시키는 것을 돕는다. 차후 공간별로 구분하여 어떠한 교류가 이루어지는지, 이것이 공동체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심도 있게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면 보다 실증적인 대안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이번 설계공모대전을 통해 공공주택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설계공모대전의 주제로 ‘뉴노멀 시대의 주거공간’을 제안했는데, 이는 이미 관련 학회인 한국주거학회 등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어왔다. 거주자의 주거 만족도는 평면에서 나온다.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평면에 목말라 있다. 공모전에 응모한 평면들은 아마도 구현되기 힘든 구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새로운 주택을 상상해볼 기회조차 없어진다. 실제 시공 시 절충안을 만들긴 하겠지만 지금 당장의 아이디어라는 것은 충분히 창의력이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설계공모대전을 통해 나오는 다양한 아이디어는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주거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설계자들의 여러 가지 노력이 보이는 그러한 설계공모대전이 되길 바란다.

 

 

* 다음의 책과 동영상 강좌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 편집하였다. 김석경 외, 『미래지향적인 주거 복지 실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지식공작소, 2022 / LearnUs 동영상 강좌 <코로나 19와 주거 공간> 

 

인터뷰 및 정리. 김연정 | 독이어북스 대표, 전 『전원속의 내집』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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