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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 새로운 일상, 다채로운 삶, 품질 좋은 공공주택 우리가 몰랐던 공공주택 이야기

영화 <집의 시간들>을 통한 집의 의미

2022.09.07
집의 의미 톺아보기

1979년 준공된 서울 둔촌주공아파트는 143개 동 5,930가구가 거주한 강동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1990년대부터 재건축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2017년에야 그 계획이 확정되면서 이주가 시작됐고, 2019년 12월 완전히 철거되기에 이른다. 

 
 

<집의 시간들> 포스터 ©다음영화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는 둔촌주공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이인규 작가가 이곳에서의 추억을 기록하고자 기획한 프로젝트로, 출판과 전시 등으로 확장되어 선보였다. 이후 둔촌주공아파트는 2018년 <집의 시간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철거와 이주가 이뤄지기 전, 아파트 곳곳을 촬영하고 가정방문을 하며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몇십 년을 이곳에 정주해온 사람부터 이주해온 사람까지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집과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려한 조감도 뒤로 잊혀 가는 둔촌주공아파트의 모습을 영화 <집의 시간들>로 돌아보고 집이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집의 시간들> 포토 ©다음영화
 
 
 

세대를 이어온 집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채의 집을 거쳐 갈까? 세대를 이어 이곳에 살아온 사람을 만나 ‘이 집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돌아가야 할 포근할 곳’이라 답한다.

 

“추억이 아주 많죠. 같은 집에서 계속 살았었으니까…. 재건축을 하게 되면 이 자연환경과 오래된 이웃, 두 가지는 분명히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게 정말 아쉬울 것 같아요.”

 

집도 동네도 늙어가며 거주자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간다. 새로 짓기 급급한 시대에 아파트에서 세대를 거듭해 산다는 것은 쉽지도, 흔치도 않다. 조금만 낡아도 다시 짓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집의 의미를 더해 가기도 전에 이미 헐려 새로운 단지가 들어선다.

좋은 주거 공간은 이웃이 있고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가 형성되는 곳이다. 단수, 정전, 녹물, 단열과 같은 문제가 있음에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에 살아온 것은 집의 환경, 공동체 때문일 것이다. 집이 사라지면 주변과의 관계도 사라져 버린다. 오랜 기간 형성된 공동체, 양질의 터전이 유지될 방법은 없을까?

 

 

사계를 느끼는 집

 
 

<집의 시간들> 포토 ©다음영화
 
 
 
 

아파트 높이를 훌쩍 넘는 나무들이 우거지고 길을 따라 녹지가 펼쳐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풍경들은 도시의 병풍이 되어버린 회색 아파트와 대조를 이룬다.

 

“이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은 녹지가 많다는 거 같아요. … 인공적인 조명, 조경, 분수대 이런 거 싫어요. 자연과 이렇게 조화를 이루는 재개발이 되면 좋겠어요.”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어쩌면 숲속에 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데요.”

 

꽃과 나무로 시시각각, 계절에 따라 바뀌는 창밖의 풍경은 공간의 인상을 변하게 한다. 단지가 조성되었을 무렵 막 옮겨다 심은 작은 나무와 풀이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며 무성해졌다. 도심에서 녹지로 뒤덮인 아파트 단지는 희소하다. 내 공간도 중요하지만, 외부 공간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도 주거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이다.

 

 

마음에 안정을 주는 집

 

<집의 시간들> 포토 ©다음영화
 
 
 

“제가 살고 있는 이 집은 저에게 안정을 주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 같아요.”

 

집은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며 안정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누군가는 나의 모든 것을 생성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하는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집의 역할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거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똑같은 평수, 똑같은 형태의 공간이지만, 각기 다른 거주자들이 각자의 추억과 이야기를 채워 나가며 자신만의 ‘집’을 만든다. 4년 전에 개봉한 영화를 다시 수면 위로 꺼내 올린 것은 집의 재화 가치만을 재고 따지는 시대에 점차 약화하고 있는 집의 의미를 되돌아보기 위함이다. 집의 가치가 부동산 가격으로 정해지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지만, 수십 년간 사람들의 세월과 함께 쌓인 집의 기억들이 더 비싸고 좋은 집을 짓기 위한 이유로 한순간에 폭삭 무너져 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집에 대한 추억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집이 지닌 의미에서 더 나아가 추억하는 장소가 ‘아파트’라는 점에 주목해보자. 대한민국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식인 아파트, 대규모 주거단지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공공건축가로 참여한 정진국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둔촌에서의 삶은 단지 추억으로만 남아 있지 않다. 그것은 개인의 의식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긍정적 상상력이 작동되며 나아가서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공동체를 구축하게 만들었다”며 좋은 건축은 크기나 값에 상관없다고 말했다. 집은 원룸에서부터 단독주택, 대규모 공동주택까지 면적과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며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기반이 된다.

 

둔촌주공아파트의 마지막을 기록하려는 노력은 주민들 외에도 존재한다. 서울기록원은 서울시 주택·도시계획 기록에 관한 아키이빙을 진행했으며, LH 토지주택 박물관의 ‘새로운 삶을 담다’라는 기획전시에 둔촌주공아파트가 등장한다. 최대 규모 단지라는 명목도 있겠지만, 대규모 공동 주거, 아파트에서 찾기 힘든 녹지, 이웃, 공동체, 삶의 흔적이 쌓인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환경을 살리면서 낡은 것만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도시의 모습을 지키는 일일지 모른다. 기존의 것을 지워버리고 새것만을 높게 쌓는 것이 반복적인 습관처럼,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쉽게 일어난다. 신축만을 고집하는 현시대에 집의 의미를 지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 둔촌주공아파트 자리에 새로 들어설 ‘올림픽파크 포레온’도 시간이 지나면 낡을 것이다. 20년 후, 이곳 주민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집의 시간들> 포토 ©다음영화
 
 
 

참고 문헌·영화

이인규. (2013). 안녕,둔촌주공아파트. 마을에숨어.

이인규 & 라야. (2016).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x 가정방문. 마을에숨어.

라야 (감독). (2018). 집의 시간들 [영화]

 

변은진 | 건축저널 『C3KOREA』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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