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본 '2022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대전'
2022.12.17공동주택이 당면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새로운 가치의 주거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된 ‘2022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대전’. 전국 총 11개 지구를 대상으로 획일적 유형의 대규모 단지에서 탈피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었으며, 당선작들 가운데 진행된 대국민 선호도 조사를 끝으로 6개월에 걸친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11개 당선작 중에서도 특히 많은 호응을 받은 4팀의 건축사무소와 함께 이들이 제안한 ‘N분 동네, 뉴 노멀 시대의 공공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인터뷰 참여
범도시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_라2. 대구대공원 A2BL 당선팀, 대국민 선호도 조사 1위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_나2. 검단신도시 AA7BL 당선팀, 대국민 선호도 조사 2위
㈜디자인랩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_나3. 인천도화지구 B3BL 당선팀, 대국민 선호도 조사 3위
㈜다인그룹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_다1. 남양주왕숙 S17BL 당선팀
KEY 1. 대상지
Q. 사업 대상지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11개 지구 중 본 사업지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범도시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대구대공원A2BL'은 대덕산과 공원으로 둘러싸여 자연경관이 우수하며, 대구미술관과 간송미술관, 대구스타디움, 야구장 등이 인접한, 문화, 예술, 체육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곳이다. 대상지 내로 들어가면 약 30m의 경사가 존재하며 중앙부에는 보존 녹지 지형이 단지를 관통하고 있다. 이러한 컨디션에서 신혼부부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1천 세대 규모의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과제였는데, ‘여러 계층이 공존하는 대규모 단지’라는 특성은 난제이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즉, 새로운 주거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구대공원A2 지구는 미래지향적 공동주택을 실험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던 셈이다.
㈜디자인랩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인천 도화지구'는 인천대 이전 이후 활력을 잃은 구도심권의 재생을 위한 도시계획구역으로, 우리가 맡은 B-3블록은 중청저밀의 인천대학교와 저층고밀의 구도심을 연결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컨텍스트가 만나는 도시 공간의 접점’이라는 특징이 이번 공모전의 주제인 'N분 동네'를 공간적 단위와 시간적 단위에서 통합된 도시 주거를 주장하기에 가장 적합한 부지라고 생각했다.
인천도화지구 B-3 <이분화된 도시를 연결하는 N분 동네의 도시공간> Ⓒ디자인랩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Q. 사업 대상지 별로 주택공급유형이 달랐다. (통합공공임대, 공공분양, 신혼희망) 대상지의 공급유형이 계획 방향을 설정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우리의 대상지인 검단신도시 AA7BL블록은 분양아파트단지 가운데 위치한 통합공공임대단지이다. 학교와 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하는 만큼, 인접 단지로부터 소외 받는 임대 단지의 문제만 극복한다면 지역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입지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외적으로는 지역으로부터 고립되지 않도록 주변과의 소통을 이루는 데, 내적으로는 다양한 계층의 입주민을 통합하는 데 주력했다. ‘다양성을 품은 마을’, ‘유연한 경계’, ‘집 밖의 집’이라는 개념을 통해, 열린 단지계획과 공공적인 기여를 통해 지역민을 끌어들이고, 이웃들이 집 밖으로 나오게 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다인그룹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통합공공임대주택은 고령자, 청년, 신혼부부 등 다양한 계층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어 다른 공급유형보다 계층 통합과 공동체의 활성화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를 위해 우연한 마주침을 유도하는 매개공간을 형성하여 계층 통합 커뮤니티를 구현하고자 했다. 세대와 세대 사이의 공유공간, 주거동에 위치한 생활공유시설, 네 개의 매개공간을 엮어주는 공중보행로를 통해 다층적으로 이루어진 소셜믹스 커뮤니티를 계획한 것. 또한, 프로그램의 가변적인 구조를 통해 프로그램의 확장과 연결이 가능하게 하여 각 계층의 특성을 고려한 공간, 다양한 계층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점도 계획상의 특징이다.
남양주왕숙 S-17 <어우름마을> Ⓒ다인그룹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Q. 계층 분리, 커뮤니티의 부재 등 현재의 공공주택은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하고 있다. 건축가로서 생각하는 현 공공주택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범도시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장소의 특징을 무시한 획일적이고 폐쇄적으로 완결 짓는 지금까지의 개발 방식으로 인해 공공주택은 다양한 개인의 생활을 수용하지 못할뿐더러 계층 분리와 커뮤니티의 단절을 야기해 왔다. 여기에 더해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서의 공공주택은 저가의 임대주택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공주택은 공공성을 토대로,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주거문화를 선도하여 자연스럽게 모두가 따라올 수 있도록 발전해 가야 한다.
㈜디자인랩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공공주택의 본질은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거주하는 데 있다. 인천도화 B-3블록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동주택이며, 이들은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거주하는 사람 – 도시의 유목민’이다. 때문에 일회적이고 우발적인 사회적 관계에 노출되며, 거주지에서 일상적 커뮤니티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 본다면 공공주택은 거주민에게 커뮤니티와 소속감,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 공간을 제공할 때, 사회적 생명력을 갖춘 도시 주거로 존재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KEY 2. 제안
Q. 공공주택의 문제를 제안한 설계안에서는 어떻게 풀어냈나.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최근 뉴욕에서 주목받고 있는 '알 프레스코 다이닝(Al Fresco Dining)'은 코로나 시기 갇혀있던 일상에서 나와 신선한 공기가 있는 옥외공간에서 즐기는 저녁 식사를 의미한다. 이 개념에 착안하여 뉴노멀 시대에 급부상한 장소인 ‘집 밖의 공간’이라는 뜻의 ‘알 프레스코 파티오(Al Fresco Patio)’를 주제로 삼고, 단지 전체에 걸쳐서 다양한 집 밖의 공간을 제안했다. 집 앞 복도에 있는 포켓쉼터, 주동 1층의 라운지, 이와 연계된 부대시설, 2~3개 동이 공유하는 옥외마당, 단지 내 녹지공원, 인접 단지와 연결된 가로공원까지, 가까운 이웃부터 지역민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단계별로 특화 공간을 만들어 소통의 기회를 늘렸다.
㈜다인그룹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울'과 '어울'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울’은 기존의 단지보다 작은 블록을 규정하는 새로운 단위로, 블록 내에 커뮤니티와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개념이다. 또한, '어울(길과 커뮤니티)'은 울들 사이와 주변 대지와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주변과 소통하고 변화하는 삶에 유연하게 대응하여 이웃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개념을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구축했는데, 이때 N분 동네라는 주제에 맞게 1분, 3분, 5분 단계로 계획함과 동시에 주변과 연계된 시설을 수평 수직적으로 배치하고 이들을 엮어주는 공중보행로 연결하여 다층적인 계층 통합 커뮤니티를 제시했다.
검단신도시 AA7BL
Q. 단지 배치, 커뮤니티 계획, 단위 세대 구상, 디자인 등 설계안에서 가장 주력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더불어 어떤 부분이 가장 난관이었는지도 궁금하다.
범도시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남고북저의 가파른 경사지를 극복해야 했다. 물론 분양아파트로서 갖추어야 할 주거 성능을 충분히 만족하면서 새로운 주거 형식을 제안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특히 30m 이상의 고저차와 대지를 가로지르는 보존녹지는 단지의 보행 환경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큰 난관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마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N분 커뮤니티’를 통해 더 적극적인 형태의 보행친화 커뮤니티를 제시했다. 기능과 편의를 고려한 다양한 루트는 단지 내 동선의 역할을 하는 ‘가로 중심의 커뮤니티 계획’으로 구현했으며, 단지를 이분하는 녹지는 녹지 레벨을 자연스럽게 연장하여 ‘적극적인 외부공간’을 구성함으로써 단지 내부로 유입시켰다.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공동주택 단지계획은 여러 요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팽팽히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균형점을 잃지 않으려 했던 것은 부분과 전체의 관계였다. 이를테면 각 N분 동네가 개성을 잃지 않고 독립체로 존재하면서도 그 동네들이 모여서 만드는 마을은 하나의 질서 속에 통합되게끔 하는 것이다. 동시에 통합공공임대주택을 위한 새로운 공동체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대명제 하에 주어진 세대수와 용적률을 지키면서 공동체를 위한 소통의 공간을 적재적소에 만들어 내야 했던 것도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였다.
㈜디자인랩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인천도화 B-3블록은 지구단위계획에서 건폐율 20%, 최고 층수 30층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도시 지표를 만족하려면 처음에 구상한 다양한 주거 형식과 밀도가 불가능하게 된다. 때문에 그 대안으로 경사지에 대응하는 입체적인 판들을 계획하는 데 주력했는데, 이 판들이 주차장으로 기능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부대시설과 외부공간이 수직적으로 소통하게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대구대공원 A2
Q. 제안한 단위 세대 평면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대상지에는 전용면적 26, 36, 41, 54㎡의 소형주택이 공급된다. 좁은 실내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 가구를 적용해 수납공간을 더 만들어주고, 분리형 욕실을 통해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세대 평면의 가변성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세대간 통합을 고려하여 생애주기와 사회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단지 남측과 서측의 보행자 도로변에 계획된 복층특화세대는 1층의 소호공간과 2층 생활공간을 분리하여 편의성을 더했으며, 옥외공간과 연계하여 가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게 했다.
㈜다인그룹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N모듈러 주거공간은 라멘구조를 활용해 가변성을 최대화한 단위 주거공간으로, N모듈 시스템을 적용하여 기존의 검증된 단위세대의 편리함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공공주택이 되도록 계획했다. 이때 동일 세대를 나열식으로 배치하지 않고 다양한 세대가 어울릴 수 있게 구성하여, 복도에서부터 공유공간, 그리고 주동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이웃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했다. 한편, 준 사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개념도 도입하여, 주거동 내에 커뮤니티 시설들과의 확대적인 개념으로 입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구분하여 계획해 커뮤니티와 프라이빗한 공간이 모두 가능하도록 계획한 점도 특징이다.
KEY 3. N분 동네, 뉴 노멀 시대의 공공주택
Q. 지금은 '단위 유닛들의 집합'으로서의 아파트가, 함께 사는 ‘공동주택’으로 가는 변화의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기존의 대규모 단지 중심의 공동주택에서 벗어나, N분 동네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수반되어야 할까.
범도시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N분 동네에서 커뮤니티는 ‘시설과 공간’ 중심에서 ‘일상과 시간’을 중심으로, 계획의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입주민에게 보다 편리하고 근접한 커뮤니티 환경을 제공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단지간 경계 없는 커뮤니티가 이루어지는 장소로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작은 단위의 마을 공동체는 사람들 간의 다양한 만남과 마주침이 일어나는 ‘우리의 공간’을 갖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다.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단지의 규모보다는 전체 단지와 단위 유닛 사이에 생긴 간격을 어떻게 이어주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이를 위해 우리는 N분의 N분의 N 같은 방식으로 단지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작은 소통의 경험들이 쌓여서 더 큰 공동체로 성장하는 프로세스를 제안한 것이다. 공동체는 강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자발적으로 생기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이렇게 형성된 공동체가 지속가능하려면 구성원들이 오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Q. 마지막으로 '뉴 노멀 시대의 공공주택'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범도시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최근 몇 년 사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주거 공간의 기능이 강화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어 내 집과 가까운 휴식과 힐링, 공유와 소통의 공간이 더욱 절실해졌다. 뉴 노멀 시대의 공공주택에 필요한 것은 내 집안의 발코니부터 집을 나서는 현관 앞 복도, 이웃과 함께하는 마당, 단지 내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자연, 나아가 지역과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 등의 다양한 공유공간이 다층적으로 단지 곳곳에 스며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달라진 미래에 관계의 회복을 위한 유연한 생활공간으로 새로운 일상이 깃들기를 바란다.
㈜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도시를 담고 있는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아파트가 집들의 집합이었다면 뉴 노멀 시대의 공공주택은 생활 공간에 업무, 교육, 놀이, 휴식, 모임 등의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더해진 복합적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본다. 때문에 코로나를 겪으며 외부 공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외부 공간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는 주거단지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집 밖으로 유도하여 서로 얼굴을 마주치는 빈도를 높여 준다면, 통합공공임대주택의 소셜 믹스를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인랩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
팬데믹 시대, 언텍트 된 일상을 지나오면서 보다 더 절실해진 것은 사회 공동체와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뉴 노멀 시대의 공동주택에서 중요해진 것은 역설적이게도 도시 거주의 오래된 가치인 ‘사회적 소통’이며, 공동주택이 이러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기를 바란다.
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공공주택. 뉴노멀 시대가 단순히 코로나 이후 시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상을 담고 있는 단어인 만큼, 삶과 도시의 변화에 맞춰 호흡하고 변화를 담는 공공주택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해당 인터뷰는 설계사무소별 서면으로 진행 후, 취합 정리하였습니다.
인터뷰 및 정리. C3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