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formation

발견 : 새로운 일상, 다채로운 삶, 품질 좋은 공공주택 우리가 몰랐던 공공주택 이야기

도시경관 및 공공적 관점에서의 공간 통합을 공공주택이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2022.11.23
운영위원, 건축사사무소 에스앤디아이 신경선 대표

한 브랜드 아파트가 엄마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교육’을 키워드로 내세워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주택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주거 공간뿐 아니라 주변 환경이 거주지 선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과연 공공주택은 어떻게 공간 통합을 이뤄내야 할까?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이자 건축사사무소 에스앤디아이를 운영하고 있는 신경선 대표에게 공공주택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물었다.

 

 

 

 

 

Q 요즘은 건설사가 만들어 놓은 평면도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취향에 맞게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집이 주목받고 있다. ‘아파트 키드로 대표되는 3040 세대가 아파트 대신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데, 이를 위해 공공주택은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주거유형에 대한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직장과 사회기반시설 등 모든 시설이 도시로 집중되고 있어 도시 내 공동주택을 선호하는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환경적 변화는 주거 공간의 패러다임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재택근무, 온라인 학습 등 주거 안에서의 활동유형을 다양화시켰다. 주거 내에서의 단순한 생활은 거주자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맑은 공기를 마시고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생활에 숨을 불어넣어 주고 활력을 줄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향후 공공주택은 다변화되는 소비자 취향에 맞는 평면의 다양화와 선택 가능성, 혼자 누릴 수 있는 개인 마당과 윗집과 아랫집이 손을 흔들며 안부를 묻고 잃어버린 공동체의 정신을 되살리는 공간으로 제안하여 함께하는 누리는 공공주택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Q 최근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의 특징 중 하나는 여성(주부) 취향에 맞춘 특화 설계를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설계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그리고 여성 건축가로서 공공주택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디자인이 있다면.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Bosco-verticale(2013년 준공)는 각 세대 내부에 다양한 크기와 높이, 폭을 가진 발코니를 2~3개 적용하여 거주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제안하였다. 폭이 넓어진 발코니는 조망, 식재, 휴식, 작업, 취미, 운동, 파티, 피난 등 사용범위를 다양하게 만들고 거주자 요구에 따라 가변적 공간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2층 높이 교목을 발코니에 식재하여 도시의 열기와 먼지를 필터링하고 여름철에는 태양을 가리고 겨울철에는 앙상한 가지 사이로 햇빛을 유입시키는 자연채광 조절 효과를 가지는데, 주목할 점은 녹화 면적이 60,000㎡의 숲 규모와 동일하여 도시 공기를 정화시키는 모델로 제시되었고 건축물 녹화로 인해 전체 건축비의 5%만이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출처 : www.stefanoboeriarchitetti.net/en/portfolios/bosco-verticale

 

 

우리 전통주거는 마당을 중심으로 가옥이 배치되어 주거지 내에 사적 외부공간이 있었고 앞마당과 뒷마당의 역할을 달리했으며 이웃을 맞이하고 함께 어울리는 공유공간 역할을 해왔다. Bosco-verticale와 같은 발코니 형태의 변화 시도는 공동주택에서 가지기 어려운 내 집 마당, 즉 사적 외부공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 전통 마당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국내 건축계에서도 발코니가 거주자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LH공사의 공공주택 입주자 거주 후 평가(POE) 결과에 의하면 거주자들은 발코니 면적과 크기에 대한 불만족이 가장 높게 나타나며 광폭 발코니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발코니 개선에 대한 입주자 니즈를 보여준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발코니의 다양한 활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단위세대 내 사적 외부공간을 요구하는 공동주택 트렌드는 팬데믹으로 제한된 외부 활동에 대한 불만, 불안에 따른 자연스러운 욕구이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가 만족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평면구성이 가능하도록 건축법, 주택법 등 발코니 관련 법제도 정비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는 공동주택 외관 변화를 끌어내는 매우 중요한 경관 요소가 될 것이다.

 
 
 

Q 공모전의 주제인 ‘N분 동네는 기존의 도시적 맥락과 어우러진 주거 단지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N분 동네란

 

늘 운전하며 지나가던 길을 어느 날엔가 걸어보니 그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일상의 풍경들을 만났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향긋했으며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중교통 정거장에서 집까지는 10여 분의 짧은 거리이지만 이웃의 일상생활을 만나고 저녁에 먹을 채소를 사고 상점 쇼윈도를 기웃거리며 여유를 부려보는 것만으로도 작은 기쁨이 느껴졌다. 항상 바쁘게 살아가는 나의 삶이 너무 척박하구나, 이런 작은 여유를 매일 누릴 수 있다면 나의 삶은 훨씬 더 행복할 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근거리 생활 기반 도시는 우리에게 일상의 여유와 잉여 시간를 선물한다. N분 동네란 통학, 학원, 업무, 쇼핑, 여가, 운동, 외식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필수시설과 생활 서비스를 걸어서 N분 이내로 도달 가능한 환경을 의미한다. 국가교통DB 수도권 가구통행실태조사(2016)에 의하면 생활 필수시설까지 이동하는 도보 평균 시간은 서울시 25분, 인천시 19.7분, 경기도 26.4분으로 나타난다. 서울시와 수도권 신도시들은 보육, 의료, 복지, 교육, 문화, 체육, 공원, 상점 등 주민편의를 위한 시설들이 확보되어있고 각 시설까지의 도보거리와 대중교통의 연결이 좋다고 평가되지만, 그 외 기존 시가지 지역이나 지방 도시는 규모나 지역에 따라 삶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N분 동네는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의 즐거움과 잉여 시간을 보편적으로 누리기 위한 새로운 도시전략으로 지역 여건에 맞는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도보 생활권 내에서 일상적으로 필수기반시설에 접근하고 일상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장소와 활동의 기회도 함께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Q 공공주택의 개념이 먼저 도입된 유럽이나 미국은 디자인과 단지계획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우리가 참고할만한 해외 사례가 있을까.

 

The Interlace(2013)는 싱가포르의 열대성 기후를 고려하여 단지 안에 바람길이 생기도록 6층 크기의 31개 아파트 블록을 엇갈려 배치하고 6각형으로 쌓아서 8개의 안뜰을 만들었다. 이러한 입체적 구성은 거주자에게 다층적 풍요로움과 다양한 생활의 가능성을 제공하며 빛과 공기가 안뜰에 잘 통하게 하고 공중정원과 조망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를 적극적으로 구성하였다. 입체적으로 계획된 다양한 옥외공간은 거주자의 개인적 프라이버시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단지 내 공용공간에서 사회적 상호작용과 공동생활의 일체감을 유발시킨다. 또한, 공동 주거 Unit에 다양한 건축물 녹화공간을 도입하여 사적 공간에서 독립적인 개별정원을 제시하는 등 거주자의 선호 여부에 따라 선택적으로 옥외공간을 이용하도록 계획하는 것은 국내 공동주택의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지양하고 거주자의 다양한 행위를 유도할 수 있다. 새로운 공간 분위기와 다양한 옥외공간으로 인한 커뮤니티 장소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주택의 생활패턴을 변화시키고 현대가 잃어버린 마을공동체를 새롭게 조성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출처 : www.theinterlace.com.sg

 

 

 

Q 가족구조와 관계, 기능 등 과거와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 이에 따라 주거 공간에 대한 거주자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는데, 가정생활 변화에 따른 새로운 주거 공간을 제안한다면.

 

2022 행정안전통계연보에 의하면 1인 가구 유형이 40.31%로 집계되어 가족 구성원을 거론하기 무색할 정도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MZ 세대에게는 전자레인지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할 정도로 배달문화가 발달하면서 식생활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팬데믹 질병이 사람들의 삶에서 대변혁을 끌어냈듯이 코로나도 짧은 시간 동안 우리 삶의 행태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모두가 체감하듯이 주거 내 거주 시간, 식생활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주거 공간의 위계를 흔들고 있다. 주거 내 가장 큰 공간 위계를 가졌던 거실은 주방, 다이닝룸의 기능을 더한 멀티적 속성이 필요해지고 전통적인 주방 기능이 축소되면서 규모 축소, 기능 변화가 필요해지고 있다. 또한, 감염 위험에 따라 팬트리와 현관 앞 위생 공간의 확보가 필요하고 재택근무, 온라인 학습이 변화된 라이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주거 공간 내에서 사적 외부공간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인 가구 유형의 증대로 이웃과 함께 이용 가능한 공용공간의 확대가 예상되는데, 공용주방과 공용식당, 라운지, 공용테라스를 시간대별로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단지 내 네트워크를 쌓아나가는 공적 공간으로 제안되어야 할 것이다. 재택근무와 프리한 삶을 추구하는 MZ 세대에게 전통적인 주거 공간과 소유 방식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2022 행정안전통계연보 Ⓒ행정안전부

 

 

Q 마지막으로 이번 공모전을 통하여 공공주택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영화 ‘인타임’의 주인공 윌은 자신이 살던 빈민가를 떠나 꿈의 도시 ‘뉴 그리니치’로 이동하는 동안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는 13개의 톨게이트를 지나가야만 했다. 그가 도착한 ‘뉴 그리니치’는 타지역과는 완벽히 분리된 도시 영역 안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고도의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는 신천지였다. 신분에 따라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지는 않으나 엄청나게 벌어진 빈부 격차로 인해 감히 꿈의 도시로의 이동을 꿈꿀 수 없다는 것이 영화의 기본 설정이다.

작금의 공동주택 단지들은 단지 삶의 형태를 제시하는 것뿐 아니라 삶의 영역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서울시에 새로이 재개발되고 있는 공동주택들은 계층 간 공간 분리를 위한 영역 구획을 가속화하는 듯하다. 그들만의 럭셔리한 단지구획을 위해 도시 안에서 섬을 만들고 인근 지역주민들의 보행을 제한한다. 복합화 경향을 보이는 거대 단지의 다양한 편의시설들은 철저한 보안시스템에 의해 접근을 통제하고 혜택을 독점하고자 관리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준공 이후의 관리 문제이거나 집단 이기주의에 원인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본주의 시장 논리로서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건축가는 그 시대의 문화와 삶의 형태를 건축물에 담아낸다는 숙명을 가지는 동시에 현재 진행형인 우리 삶과 공간의 형태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도시와 공동체 공간을 함께 사용하고 함께 나누는 방법을 건축 계획적으로 연구하고 공동주택의 발전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대전의 아젠다는 기존 공공주택의 노멀한 이미지 탈피에 머물 것이 아니라 도시경관 및 공공적 관점에서의 공간 통합을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
 
 

신경선 대표는 단국대학교 건축공학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졸업(공학박사)하고 1997년 건축사 자격 취득하여 SND.I Architects(2007년)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자문단 실무위원, 국토교통과학기술위원회, 지식경제부 기술혁신평가단, 한국건축학교육 인증원,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대전 운영위원회, 서울여성가족재단 시설인증사업단,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등 폭넓은 대외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한국여성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으로서 여성 건축인의 권익향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인터뷰 및 정리. 김연정 | 독이어북스 대표, 전 『전원속의 내집』 편집장

로그인

ㆍ 비밀번호를 잊으셨나요? 비밀번호 찾기

ㆍ 아직 KHOUSING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비회원 조사 참여

로그인 없이 참여하시겠어요?

비회원참여

회원정보 찾기

회원가입 시 등록하신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여 주세요.
이메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 정보를 보내드립니다.

뉴스레터 구독